본 연구는 한국불교의 중심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는 간화선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하여 간화선의 현대적 활용을 모색했다. 이러한 논의는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시도되었다. 첫째, 한국불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대혜종고, 몽산덕이, 고봉원묘의 간화선에 나타난 특징을 화두의심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한국의 간화선이 대혜보다는 몽산덕이와 고봉원묘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특히 화두의심의 단계적 성숙을 강조하고 있음을 논의했다. 그러나 간화선의 정립자인 대혜는 화두의 단계적 성숙보다 자신의 문제를 돌이키는 방식으로서의 화두참구를 제시했다. 둘째, 고봉원묘가 제시한 분심의 해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고봉원묘는 분심을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원한을 갚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했고, 한국의 간화선에서도 분심을 자책감, 불가능한 것를 가능하게 하는 엄청난 의지력과 인내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심에 대한 해석은 고봉 자신의 선적 체험에 의한 것으로 간화선의 확립자인 대혜가 강조한 결정적인 의지와 그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간화선의 화두의심과 분심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석했다. 먼저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화두의심의 방법은 몽산과 고봉이 강조했던 동정일여, 몽중일여, 오매일여와 같은 의정의 단계적 성숙에 의한 방식보다는 대혜가 강조했던 일상의 문제 속에서 의문을 통해 마음을 돌이키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방식이 RHM(Recovering Human Mind: 인간 마인드 회복) 프로그램, 바이런 케이티의 ‘작업(The Work)’ 등을 통해 시도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또한 고봉의 분심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앤절라 더크워스가 제시한 ‘그릿(Grit)’의 개념으로 해석했다. 고봉이 제시한 분심은 대혜가 제시한 결연한 의지를 말하는 것으로 자구대로만 해석하면 대혜가 강조한 대자비행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그릿은 이타주의적 태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간화선의 근본 목적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