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물의 정령 운디네 신화의 변용 가운데 가장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바흐만의 소설『운디네는 떠난다』(1961)와 페촐트의 영화 〈운디네〉(2020)를 비교하면서 운디네와 사랑의 변용, 신화와 역사 사이의 경계적 존재로서의 운디네 그리고 물의 세계로 귀환하는 운디네의 의미를 탐색하였다.
바흐만의 운디네는 인간(남자)을 대표하는 한스와의 만남과 이별의 순환고리를 주체적으로 끊고 물의 세계를 유토피아화하면서 물로 귀환한 운디네 자신의 위상을 격상시킨다. 이를 통해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문명화된 인간 사회를 사회 밖의 위치에서 관찰하고 비판한다. 기존 신화의 남성성과 여성성이 치환된 페촐트의 〈운디네〉에서는 산업잠수사 크리스토프라는 새로운 남성상이 등장한다. 바흐만의 운디네와 한스가 끝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페촐트의 운디네와 크리스토프는 사랑과 죽음의 저주를 끊고신화와 역사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 바흐만의 운디네는 자연에서 신적 이미지까지 유동하며 여러 층위의 언어 사용을 통해 경계적 존재로 재현된다. 역사해설가로 변용된 페촐트의 운디네는 시대 정신에 맞게 변형, 발전되는 방식으로 역사와 공존하는 현대적동화로 남는다. 영화는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를 운디네의 입을 통해 전달하면서 과거의 신화 역시 역사적 변형을 통해 현재 속에서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