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그리스 신화가 수용되고 또 변용되는 양상을 분석하는 작업은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서구 시대 정신의 변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런 맥락에서 절대 권력과 인간의 대립 및 갈등을 극적으로 형상화하는 프로메테우스는 문학적으로 역동적으로 수용되어 온 신화 캐릭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절대 권력의 가치를 중시했던 시기엔 제우스에 대한 프로메테우스의 도전이 부정적으로 그려졌으며, 인본주의적 가치를 중시했던 시기에 이 도전은 영웅적 행위로 그려졌다. 일례로 헤시오도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제우스를 속인 사기꾼이자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불손한 존재로 그렸으며, 아이스퀼로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절대 권력을 약화하고 휴머니즘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세계관을 옹호하는 시대의 대변자로 구현했다. 본 논문은 아이스퀼로스의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를 내용적 층위와 형식적 층위에서 분석함으로써 작품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우선 내용적 층위에서는 헤시오도스의 서사시들을 선행텍스트로 간주하고, 아이스퀼로스가 이 텍스트들을 차용하고 전복하는 방식을 중점적으로 고찰한다. 형식적 층위에서는 프로메테우스의 ‘비밀’을 키워드 삼아 이미 극의 도입부에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형벌이 집행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이 작품이 어떻게 작품 마지막까지 비극적 속성을 견지할 수 있는지 분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