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철학계는 ‘한국근현대철학’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다. 다수의 연구자들에 의해 잊혔던 몇 몇의 한국현대철학자들이 소개되고 그들의 철학적 문제의식에 대한 전체적인 파악과 평가가 수행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현대철학의 고유한 문제의식과 구체적 성과, 특징적인 경향과 흐름 등에 대한 총체적 조망이 부족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현대철학 연구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론적 관점과 지침이 구체화되지 않은 데 이유가 있다. 특히 한국현대철학의 형성과 발전에 근본적으로 개입하는 어떤 계기들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19세기 후반기부터 오늘까지 우리의 철학적 사유에 개입했던 가장 결정적인 조건은 다름 아닌 ‘제국주의적 식민주의의 침략과 그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런 점에서 본 논문은 한국현대철학사에 대한 탈식민주의적 이해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새로운 지식인의 탄생과 함께 식민지적 근대성의 내재화가 진행된 1900년대부터 1920년대 중반까지 ‘전통과 근대’라는 자기인식의 변화와 굴절 과정을 살펴봤으며,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제국주의적 사유의 본격적 이입과 그에 따라 진행되는 사상사적 응전을 탐색했다. 아울러 식민과 탈식민이 모순적으로 공존하면서 그 하위 담론이 생성되는 1930년대 후반부터 1945년 해방 전후까지의 한국현대철학의 가장 암울한 시기를 추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