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향연』은 통상 중기 작품으로 상정되고, 소크라테스 연설(특히 디오티마 연설)이 핵심 정점으로 간주되면서 주로 그 핵심을 향한 상승이나 발전의 관점에서 다루어져 왔다. 이 글은 그런 발전론과 중핵 중심 관점을 잠시 내려놓고 변명 기획의 관점에서 『소크라테스의 변병』(이하 『변명』)에서 『향연』까지의 변화 추이를 관찰하면서 소피스트와의 겨룸과 진지한 유희의 측면을 매개로 삼아 『향연』을 제2의 변명으로서 조명하려는 시도다. 우선 아리스토파네스와 알키비아데스가 『향연』 겨룸의 두 게임 체인저로 대두되면서 『향연』을 변명 기획에 연결 짓는 주된 관건임을 밝히고(1절), 이 두 게임 체인저가 『변명』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 지를 살피면서 『변명』의 소피스트관과 알키비아데스관을 드러낸다(2절). 두 게임 체인저가 주도하는 『향연』이야기 질서 내지 구조의 변화는 연설 순서와 묶음에 관련한 외적 변화와 실제 그들의 연설 내용이 초래하는 내적 변화로 나뉜다. 그 변화의 기본 얼개가 소크라테스의 소피스트와의 이중적 겨룸, 즉 담론적 차원의 겨룸과 교육적 차원의 겨룸인데, 이를 후반부 연설들의 중층적, 복합적 묶음(즉, 아리스토파네스-아가톤-소크라테스 연설 묶음과 아가톤-소크라테스-알키비아데스 연설 묶음)의 관찰 및 해명을 통해 드러낸다(3절). 이후, 이런 소크라테스의 겨룸을 극화, 재현하면서 플라톤이 이 작품에서 결국 ‘진지한 유희’를 목표로 삼는 자신의 메타 담론적 겨룸을 선언, 실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저간에 플라톤 철학 내에서 일어난 소피스트관의 변화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음을, 세 ‘소피스트’ 개념 용례 분석과 더불어 밝힌다(4절). 끝으로, 이런 중층적 겨룸 이야기가 『변명』에서 착수된 변명 기획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으로서 『향연』을 유사 후보 『고르기아스』 등과 차원이 다른 제2의 변명으로 부각함을 조명하면서, 플라톤의 겨룸을 이어 오늘 우리가 수행할 겨룸이 무엇인지를 찾는 담론적 과제를 환기하며 마무리한다(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