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침해는 그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용기를 내서 과거 성폭력의 기억과 마주하고 법적 구제수단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여도 성적 침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많은 시간이 경과하였기 때문에 민사상 소멸시효가 도과하여 소를 제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침해의 경우 다수의 경우 그 가해자가 가족, 선생님, 종교인 등으로 피해자인 미성년자가 가해자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의존하므로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민사소송을 제기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다행이 한국은 2020년에 민법 제766조 제3항을 신설하여 미성년자가 성적 침해를 받은 경우에는 성인이 될 때까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도록 입법적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구제에는 한계가 있어 본고에서는 미국의 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미국은 일단 주법과 연방법이 각기 다른 소멸시효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1980년대부터 발견주의(discovery rule) 법리를 적용하여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도 소를 제기할 수 있게 하였다. 예를 들면, 성적 침해의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에도 아직 손해를 발견하지 못하였을 시 그 사람의 피해(injury) 및 그 피해와 성적 침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발견한 시점으로부터 4년이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야 한다는 등의 입법례가 발견주의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에도 불구하고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전히 피해자 구제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캘리포니아 및 뉴욕주는 시효기간을 더 연장하고 더 나아가 창문 입법(window legislation)을 통하여 설사 소멸시효가 만료된 사안일지라도 1년 또는 2년의 기간을 허용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입법은 수십 년간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 한 재프리 앱스타인의 피해자들에게 소를 제기할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윈도우입법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민사소송의 경우 형사소송과 달리 소급입법이라는 점 자체만으로는 헌법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소급입법이 명백하게 정의에 반하고(“an identifiable injustice”), 미성년 성적 침해에 근거한 민사소송은 피해자들에게 행해진 그 부정의(injustice)에 비춰 볼 때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소급입법에 따라 일부 종교단체는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체적인 기금을 마련하여 종교단체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합의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소급입법의 근거는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비용을 기존에는 사회가 부담하였다고 한다면 이를 가해자가 부담하도록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