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정비전〉에 나타난 여성영웅소설의 변모 양상을 밝히고자 한 논의이다. 〈정비전〉은 전통적인 영웅담과 결연담의 전형을 수용하면서도 개별적 특징을 토대로 한 변주를 함께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또한 애정소설의 서사와 여성영웅소설의 서사를 병렬적으로 배치하여 기존 소설과는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준다. 이를 토대로 선행 연구의 결과를 수용하여 선본(善本)으로 규정한 김동욱 86장본을 대상으로 작품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첫째, 영웅의 능동성이 무장의 구체적 획득 과정과 점복 행위를 통해 드러난다. 둘째, 주체적 애정 추구와 합방을 통한 성별의 노출이 함께 제시되어 개인과 가문의 결정이 혼재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비전〉은 다소 고착화되어 있던 여성영웅소설 창작 경향에서 애정담을 확장한 후 새로운 서사를 가미하여 대중성 확보를 시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소설이 대중들에게 소비되기 위한 ‘통속성’을 획득하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이를 위해 해당 작품이 당시 유행했던 다양한 요소를 편취하여 결합하였다는 합리적 추정을 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