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낙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윤리학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윤리법정’을 정초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즉,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는 헌법적 권리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헌재 결정의 윤리학적 논거는 무엇인가? 헌법의 근본이념은 정의이기 때문에, 우리는 정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 물음을 철학적으로 천착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정의관 가운데, 필자는 존 롤즈의 정의론을 윤리 법정의 이론적 전제로 받아들여 임신중절 권리가 그가 말하는 정치적 정의관과 정합적인지를 묻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먼저 임신중절 권리에 관한 그의 입장을 밝힌 다음, 공적 이성의 이념과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비추어 비판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특히 태아의 생명권과 같은 도덕적 가치를 배제한 정치적 가치만으로는 임신중절 권리를 논할 수 없기에 공적 이성은 한계를 지니고, 또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로 태아를 받아들일 경우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태아 생명권을 기본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해 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결론에서 롤즈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헌법적 정의의 이념에 근거해서는 임신중절의 권리가 도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