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다양한 분야의 정보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여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번역가는 언어의 활용도를 높이고, 문화적 전파자로서 역할을 한다. 기계번역(machine translation)은 훨씬 더 전파력이 크다. 번역에 따른 결과물인 번역물에 대한 권리는 기계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기계번역 서비스를 도구로써 활용한 이용자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기계번역은 번역권이라는 2차적저작물의 작성이 아닌 단순한 복제에 불과하다. 기계번역 과정은 원저작물의 창작성과는 별개로 번역물에 대한 이용자의 창작적 기여가 발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계번역은 2차적저작물 작성행위가 아닌 언어의 변환에 불과하므로 허락이 이루어지는 기계번역은 저작권법상 복제로서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구조이다. 다만, 이용자는 직접적인 침해책임을 질 수 있으나 사적복제 규정에 따라 면책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범으로서 이용자가 면책됨에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복제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번역서비스가 갖는 공익성 등을 고려하여 번역서비스 제공자를 면책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행 OSP 면책규정은 기계번역을 제공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번역서비스가 OSP 면책규정의 유형에 부합한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계번역을 제공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침해책임을 질 수밖에 없어, 차선으로써 번역서비스가 공정이용 규정에 따른 면책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번역서비스가 제공하는 공익이 권리자로부터 이용허락 등을 얻는 거래비용에 비해 번역으로 이용자가 얻을 수 있는 효용 등을 검토한 후에 내린 결론은 면책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번역서비스 제공자의 사회적 기여 및 이에 따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법적안정성을 위해서라도 OSP 면책규정이 일반조항 형태로 새로운 유형을 포함하는 입법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와 별개로, 번역품질 등 기계번역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연구 내지 정책적 검토를 통해 지능정보사회에서 보편적 서비스와 같이 중요한 기계번역에 따른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거나 정보격차 등의 해소방안으로써 접근하여 예상되는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향후, 기계번역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책적 과제로서 ChatGPT와 같이 생성형 AI모델이 직접 번역하는 경우, 번역데이터(또는 번역메모리)의 권리 귀속, 번역결과물에 대한 편향·오류 등에 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