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작성한 시기에 주목하여, 〈유금오록〉에 담긴 그의 사상과 심정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남염부주지〉를 다시 읽어보고자 하였다. 방랑기의 김시습과 〈남염부주지〉의 박생은 분신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형상이 같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방황하면서도 사상적 모색을 멈추지 않았던 김시습은 금오지역에서 성리학으로 경사되는 국면이 있다. 또한 서울에서 열린 원각사 낙성회에 참여하고 경주로 돌아오면서, 세조의 부름과 효령대군의 만류에도 자신의 절개를 지키고자 다짐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김시습은 금오지역에서 『성리대전』을 탐독하였으며, 이를 통해 유교-성리학의 도를 읊고 이단을 분별한 〈감흥시〉를 지었다. 본고는 이런 김시습의 사상적 면모와 비판 의식이 〈남염부주지〉에도 투영되어 있다고 보았다.
〈남염부주지〉는 성리학적 세계관ㆍ귀신관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곧 음과 양의 이합집산에 따라 세계가 구성되고 변화한다는 관점에서 남염부주를 귀신의 세계로 설명이 가능하다. 南炎浮洲는 기운이 지은 형상이고 기가 응축된 귀신들이 사는 곳이다. 남염부주를 다스리는 燄摩는 임금에 대한 충심으로 기가 응축된 귀신이며, 박생은 단 한번도 세상에 뜻을 펼쳐보지 못한 존재로서 죽고나서 귀신이 될 수 있으며, 시역간흉의 무리는 세상에서 흉악한 일을 저질렀기에 기의 응축으로 귀신이 될 수 있다. 시역간흉의 무리가 염마-박생에 의해 마음을 바로잡게 되는 곳이 남염부주이다. 김시습은 고도의 문학적 장치로서 중의적 표현을 통해 이를 구현하였다.
〈남염부주지〉에는 세조와 권신들에 대한 비판이 강하고 날카롭게 기술되어 있다. 그것은 은거를 결심한 김시습이 소설이자 꿈의 세계에서 더욱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김시습은 마지막에 세상과 자신이 어긋남을 표현하였다. 사방 이웃의 꿈에 신인이 나타나 박생이 염라왕이 되었다고 하는 장면은, 흔들리는 마음으로 미혹되어 있는 타인의 시선과 그로 인해 세상과 어긋나는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렇듯 여러 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남염부주지〉의 또 다른 매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