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TV 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를 알츠하이머 질병과 함께 살면서 흐트러진 삶의 시간을 다시 쓰는 노년 여성의 이야기로 읽으면서, 기억력 상실과 인지 장애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장애화되는 몸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선행연구는 주로 시간 이동 모티브와 기억력 상실이라는 소재에 초점을 맞추며 드라마가 이러한 장치를 사용해 삶과 노화에 대한 통찰력을 전달하는 방법을 강조했다. 반면, 이 연구는 시간과 기억의 선형성이 흐트러진 내면 세계를 외화하는 중심인물의 신체 전환을 장애학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눈이 부시게〉에서 신체 나이와 본인이 정체화하고 있는 나이의 동일성이 흐트러진 주인공의 자기 분열, 그리고 자신의 몸이지만 낯선 몸이기도 한 이 새로운 몸을 통해 이제까지와 다른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는 사건의 연쇄는 노화와 장애의 관계성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준다. 〈눈이 부시게〉는 내러티브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중심인물을 알츠하이머 노인으로 설정하고 이러한 장치의 노출을 후반부에 배치해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동시에, 시청자가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의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하는 데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서사적 전략은 그 독해의 과정에서 시청자를 ‘취약한 주체’의 존재를 지우는 공범자로 만든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윤리적 지향과 모순된다. 그럼에도 〈눈이 부시게〉가 노화와 장애를 타자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과 기억, 주체성과 관계성을 재고할 계기를 열어주며, 고령화 시대 새로운 기억 서사를 시도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