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정조 대 문과 출신자의 구체적인 급제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이들의 과시 우등 이력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 진출 양상을 분석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조 대 문과 급제자 777명(생원·진사 258명, 유학 519명)을 대상으로 사학 과시 우등 경향, 소과 입격경향, 성균관 과시 우등 경향, 문과 급제 경향을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조 대 문과 급제자의 9.4%는 급제 이전에 사학 과시에서 우등을 하였다. 이들 중 52.1%는 중복 우등을 하였고, 이들은 평균 최소 5.3년에 걸쳐 사학과시에 응시한 것으로 조사되는데, 대체로 승보와 합제에 모두 응시하였다. 둘째, 정조 대 문과 급제자의 33.2%는 급제 이전에 소과에 입격하였다. 입격 당시 연령은 30.3세였다. 이들의 소과 입격 비중은 생원시 50.8%, 진사시 44.6%, 양시 4.6%인데, 사학 과시 우등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사학 과시 우등자의 경우 소과 입격률이 61.6%로 미우등자의 입격률 30.3%에 비해 약 2배가 높았고, 주로 진사시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였다. 셋째 정조 대 문과 급제자의 53.3%는 급제 이전에 성균관 과시 우등을 하였다. 생원·진사의 경우, 74.8%로 대부분이 성균관 과시에서 우등을 하였고, 유학의 경우 42.6%가 성균관 과시에서 우등을 하였다. 생원·진사의 우등 비율이 약 1.8배 높았다. 생원·진사의 경우 제술과시에서 우등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유학의 경우 강경과시에서 우등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한 성균관 과시 우등자의 92.5%는 제술과시와 강경 과시 중 한 과목에서 주로 우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이들이 당시 장기를 보이는 과목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넷째 성균관 과시 과목별 과시 은사나 직역에 따라 두각을 드러내는 과목이 일정한 경향성을 보이고, 문과 진출 시험역시 구분되는 경향이 보였다. 생원·진사의 경우 제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들은 제술과목 성균관 과시에서 우등을 하여, 직부전시로 문과에 진출하거나 경과를 통해 급제하는 경향(94.6%)이 뚜렷했다. 유학의 경우 지역별로 경향이 달랐는데, 한성지역의 유학의 경우에는 제술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내서 제술직부전시나 경과를 통해 문과에 진출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의 유학은 강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강경과목 성균관 과시에서 우등을 하여, 직부전시로 문과에 진출하거나 식년시를 통해 급제하는 경향(61.8%)이 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