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에티엔 발리바르의 세계정치(cosmopolitics)와 관국민적 시민권(transnational citizenship) 개념을 통해 오늘날 세계가 처한 국민국가와 탈국민적 질서라는 이중의 위기를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실천의 가능성과 현주소를 고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늘날 국민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많은 논자들에 의해 논의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유행처럼 등장한 세계시민주의 담론은 국민국가 ‘이후의’ 질서가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주의를 전개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은 국민국가 주권으로의 회귀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증대,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반동이다. 이러한 이중의 위기는 우리에게 중대한 도전이며, 오늘날 우리는 ‘경계 없는 세계’라는 세계화 시대의 세계시민주의가 보여준 낭만적 유토피아에서 벗어나, 민주주의가 국경에 의해 지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경계의 민주화’라는 구체적 세계정치의 과제를 제기하며, 이를 통해 이주민과 난민들이 국적과 무관하게 정치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국민적 시민권의 확장을 정치의 의제로 제기해야 한다. 이것은 외국인과 난민에 대한 혐오로 얼룩진 한국사회를 향한 요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