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 가운데 정치 부재의 상황에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화두로 한 문학 작품을 올곧고 일관되게 창작해왔던 작가가 바로 송기숙이다. 그는 한국현대사의 역사적·정치적 변곡점에서 가장 민족적이면서 민중적 관점을 견지하는 소설들을 창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의한 정치권력에 대항하면서 당대의 공동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긴요한 정치적 의제를 선취해냈다.
그럼에도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송기숙의 소설은 아직 제대로 된 문학사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그의 정치적 삶이 과도하게 고평가된 반면 그가 이룩한 문학적 성과가 지나치게 저평가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정치적 투쟁과 삶으로 인해 문학적 성과가 지나치게 가려지는 과잉된 ‘의도의 오류’라는 평가의 맥락에 그의 소설들이 놓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치안과 정치를 동일시하고 순수모더니즘의 미적 자율성과 예술적 경험의 자율성을 동일시하면서 동시에 미학을 미학적 자율성과 미학적 타율성 중 어느 하나와만 동일시하는 비평의 관습도 송기숙 문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이글은 송기숙의 삶과 문학과의 연관성을 전제로 ‘불패자’의 결기의 근원을 모색해보았다. 특히 그는 까뮈와 앙드레 말로의 영향을 받아 시대의 불의에 저항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행동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의 많은 소설에서 형상화하였다. 또한 그는 교육지표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정치적 주체로서의 민중과 인민의 저항과 투쟁을 통해 도래하는 개벽의 공동체를 소설적으로 형상화하기도 하였다. 동시에 이 글은 송기숙 문학에 남겨진 정치와 미학과의 대립 혹은 이의 변증적 해결의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현대소설사 속에서 송기숙 소설이 가진 문학사적 의의와 맥락을 재고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