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에서 전통적 간화선법이 전승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간화선법은 난해하고 상근기 수행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점점 소수에 국한된 수행법이 되어가는 위기에 처해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간화선에 대한 인지도의 상승과 대중성 확보가 선결 과제라고 본다. 한편 기존의 선행연구는 송대 대혜 종고의 선법에 편향되어 있다. 이는 화두의 공능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있고, 의정(疑情)을 타파할 때까지 오직 시종일관 화두를 드는 것으로 서술된다. 그리고 실참 상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수행법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여겨질 수 있다.
본고에서는 원대 실참실오법을 전한 몽산 덕이와 고봉 원묘 두 선사의 수행 요결을 중심으로 고찰해 본다. 이를 통하여 진의심(眞疑⼼)의 작용으로 인해 의정, 의단으로 전환 발전되는 단계별 ‘간화선 실참 매뉴얼’을 도출할 수있다. 다만 여기서 간화선은 경절문이라는 특성에 의해 실참 단계는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이 시대 대중들에게는 깨달음보다 근본적인 번뇌의 소멸이 더 현실적인 과제라고 본다. 그러므로 간화선 실참 과정에서 번뇌가 사라지는 경계들을 살펴보는 것은 유의미하다.
간화선법에는 공부가 깊어지는 동정일여·몽중일여·오매일여의 삼관(三關) 에서 번뇌가 단멸된다는 내용들이 설해진다. 하지만 구체적인 번뇌의 소멸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삼관에 대해 논한 시원은 대혜의 법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수능엄경』을 근거로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 경에서 삼관을 투득하면서 끊어지는 번뇌에 대해서 설해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멸되는 겁탁과 번뇌탁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법화경』에서 제시된다. 원대의 몽산 덕이, 고려의 나옹 혜근, 근현대 용성 선사 등도 공부의 척도로 이 삼관을 논하였다. 그러므로 간화선 종사들이 설했던 삼관과 『수능엄경』에서 설해진 삼관을 연관성을 살펴본다. 그리고 양자에서 전개되는 ‘삼관’의 공부는 그 내용이 유사하다는 것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