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아르스 모리엔디는 죽음 준비, 죽음에 대한 묵상, 죽어가는 자들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임종 준비 안내서 역할을 하였고, 그 기원은 교리문답 형식을 가진 경고와 질문, 임종 준비자의 기도문, 임종 조력자의 규정으로 구성된 제르송의 『삼부작 소고』이다. 제르송 『삼부작 소고』의 형식과 내용을 수용 발전시킨 페운트너의 『거룩한 죽음의 기술』은 중세 아르스 모리엔디의 종합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며, 페운트너는 건강할 때에도 죽음 준비 가운데 산다면 복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죽음의 기술은 임종을 앞둔 사람들만이 아니라 건강한 신자들의 복된 죽음을 준비하는 내용까지 포함하게 되면서 ‘죽음의 기술’은 곧 ‘삶의 기술’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루터의 『죽음 준비의 설교』는 중세 후기 교회와 신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사용된 중세 아르스 모리엔디 문헌과 경건에 대한 개혁문서이다. 천사와 사단 사이 격렬한 싸움으로 마지막 임종의 순간에 영혼의 최종 상태가 결정된다는 믿음은 중세 아르스 모리엔디를 통해 표현되었고, 임종 직전 사단과 천사 사이의 싸움이 그려진 도판 『다섯 유혹에 대한 죽음의 기술』에서 절정을 이룬다. 루터는 자신의 개혁 문헌에서 임종 현장이란 더 이상 사단과 천사의 싸움의 장소가 아닌, 죄와 죽음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에 대한 신앙의 확신과 구원의 약속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는 시간임을 강조한다. 루터의 이러한 강조는 역설적으로 그가 얼마나 중세 후기 경건에 가까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임종의 순간 구원이 결정된다는 중세와 달리 이 땅에서 신자의 믿음에 따라 구원이 결정된다는 루터의 강조는 개신교 아르스 모리엔디의 중요한 출발이지만 교리문답 형식의 경고와 질문, 임종자와 임종조력자들이 드리는 기도문, 임종 준비자들의 규정으로 이루어진 중세의 임종준비 지침서 형식은 개신교에 전승되지는 못한다. 중세 아르스 모리엔디 전통이 남긴 임종을 위한 기도문, 임종 준비자를 위한 위로기도문, 평안한 임종을 위한 묵상, 임종 조력자의 조언과 규정 등 한국 개신교 신자들의 복된 죽음 준비를 위해 목양적 차원에서 아르스 모리엔디를 수용 발전시킬 필요가 있기에, 본 연구는그 가능성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