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지금까지 규정되어온 절망에 관한 통속적이고 피상적인 고찰과 불충분한 이해에서 벗어나 인간이 왜 절망하는지 그 본질적 문제에 주목하고, 나아가 절망 끝에 숨어있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논의한다. 현대를 ‘절망의 시대’로 선언한 키에르케고어가 그의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절망을 죽음의 병으로 규정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절망이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일시적인 혼란의 감정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인간은 절망하는지, 그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수행한 뒤, 절망에 빠진 인간이 삶을 지탱해나갈 수 있는 근원을 오히려 절망에서 찾는 키에르케고어의 역설적 시도를 철학상담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키에르케고어에게 자기와의 참된 관계란 절망을통하지 않고서는 자기기만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또한 자기의 한계를 인정하고수용하는 진정한 ‘나’로 거듭날 수 없다. 이 점에 주목하는 이 논문은 ‘자기 자신’에 관한 논고라 할 수 있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절망하는 사람을 도울 수있는 매우 중요한 철학적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철학상담이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그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