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당나라 선사인 황벽의 무심 사상을 주제로 한다. 황벽 희운이 활동했던 시대는 당나라 중기에서 말기이다. 선종의 조사선이 시작되어 5가 7종 분파로 나뉘어 발전하였는데, 이 분파가 시작되려는 즈음에 황벽이 활동했다. 황벽의 어록인 『전심법요』와 『완릉록』은 조사선의 체계를 이루는데,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중국선은 ‘심(心)’사상의 전개이다. 선사들마다 각기 다르게 마음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황벽의 무심(無心)은 이전 선사들의 심사상보다 한 단계 업그래이드된 무심 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 황벽의 무심은 돈오 사상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어떤 방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돈오무심(頓悟無心)이다. 그러면서 황벽은 그 무심한 경지가 바로 부처[心是佛]라고 하였다.
이 황벽의 무심사상은 선사와 동시대 승려인 하택종의 종밀에게 비판을 받는다. 종밀은 돈오사상에 입각한 진성(眞性)만을 ‘지(知)’라고 보았다면, 황벽은 형이상학적인 추론이 아닌 중생의 견문각지(見聞覺知) 작용 그대로를 불성이라고 하였다. 황벽의 선은 그 견문각지하되 견문각지 행위에 머물지 않는 무심이 강조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선의 역사는 형이상학적 본체론이 아닌 전체 작용 그대로가 불성의 발현이라는 황벽선이 선사상사(禪思想史)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