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최보경, 양정현, 변창순, 이병복의 구술채록문을 바탕으로 기존의 연극사 서술에서 소외되었던 무대미술가의 활동을 조명함으로써 한국 연극의 전환기로 일컬어지는 1960-70년대에 활동한 무대미술가들의 자기 인식과 미학적 기여를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들은 극단이나 연출가로부터의 독립적 지위와 공연에 대한 창조적 기여에 대한 서술을 통해 무대미술에 대한 낮은 인식과 싸워왔던 자신들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무대 기술자’가 아닌 ‘공연 예술가’로서 자신을 위치시킨다. 또한 이들에게는 전통의 현대화와 실험적 무대라는 한국 연극의 과제에 동참하고 있다는 인식이 나타나는데, 의상과 무대를 담당했던 구술자들은 자신들의 작업이 ‘배경’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내는 재현적인 작업에서 탈피하여 이미지와 상징에 기반한 창조적 작업이었음을 공통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서로 구분되는 미학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들이 각기 보여주는 관점과 작품의 특색은 1970년대 이후 한국 연극계에서 전통의 현대화가 진행된 방향을 다각도로 살필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주로 활동했던 극단의 공연이나 작품의 미학적 근거를 입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함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