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도시의 공간적 특징을 보여주는 산업기지 여천은 한국 도시의 전환점에 진행된 개발 프로젝트로 도시의 구조적 성격과 발전 방향을 살피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그 시작점이 된 것은 공업단지의 건설이었다.
1966년 전남 여천군 삼일항의 배후지에는 호남정유 건설이 추진되었다. 제2정유사업을 통해서 진행된 호남정유의 투자와 건설은 초국자본의 참여와 경쟁 속에서 진행되었다. 1964년 한미석유협정체제의 종료로 재편된 국내 시장에서 제2정유사업은 초국자본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온 것이었다. 에쏘, 모빌, 칼텍스, 스켈리오일, 썬오일, 그리고 이토추 등 다국적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럭키가 칼텍스와 협력해 사업권을 획득했다. 그렇게 추진된 호남정유는 이후 석유화학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 여천 공업지구의 공간적 제약이 공업단지 확대의 걸림돌이 되었다. 1969년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가 실시한 기술조사는 비료와 석유화학으로 이어진 공업부지 확대 방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공업화를 계기로 여천의 신도시 개발 논의가 시작되었다.
산업기지개발공사와 함께 전라남도는 두 차례의 용역 조사와 설계를 통해서 ‘전원도시’를 계획했다. 이 도시계획은 주택과 공간설계, 조경 등 도시체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지만, 주택과 생활권이 도심 속에서 계층화를 이루며 공간의 ‘차등화’를 나타내는 등 공업도시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