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영향 등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외국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학 번역 및 교육의 필요성 또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조 종주국의 연구자들이 시조 번역이 어떤 실천적 행위이며 어떤 어려움이 있고 그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함으로써 원 시조가 영역 시조로 어떻게 재창조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이 논문의 문제의식이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하여 럿트의 시조 영역 활동을 예로 삼았다. 럿트의 영역 시조를 원 시조와 견주어 살펴봄으로써, 문화 텍스트이자 문학 텍스트인 시조 번역의 어려움과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영어의 문법 체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시조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어조에 영향을 미치는 조사를 번역하는 문제, 상황이나 상태를 기술하는 평가어인 형용사를 번역하는 문제, 여러 의미가 압축되어 있는 한자어를 번역하는 문제, ‘절로’ 등 특별한 시어이자 문화어를 번역하는 문제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시조 형식과 관련하여 시조다움을 영어로 옮겨야 하는 미학적 차원의 문제가 크게 부각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럿트가 번역한 시조는 그 모든 차원의 문제와 어려움에 대한 그의 답변이자 창조적 해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럿트는 번역을 통해 원 시조와 유사하지만 동시에 구별되는 영어 시조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럿트와 그의 영역시조집이 끼친 영향력을 감안해볼 때 럿트의 영역에 대한 이해는 그 자체로 영어 시조의 미학이 탄생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라는 의미를 지닌다. 나아가 시조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려고 할 때 부딪치거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그 과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해준다. 럿트를 비롯한 미국 내 번역가들의 영역 시조가 완벽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는 원 시조에서 벗어난 부분이나 달라진 부분 등을 찾아 지적하고 비판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생산적이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번역은 미완이고 늘 차선이며 더 나은 시조 번역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우리 앞에 여전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번역의 여러 문제와 어려움에 대한 새로운 답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시조의 세계문학으로서의 보편성과 한국문학으로서의 고유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시조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조 번역에, 고시가 연구자들 역시 여러 방식이나 수준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그 결과 세계문학으로서의 시조의 미학이 확장되고 진화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