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17세기 신진 관료 박태보의 유배 생활을 일상의 단절과 소통이라는 두 측면에서 재구성하였다.
박태보는 유배지에서 이전의 일상과는 단절되어 고립된 일상을 새롭게 만들어 갔다. 선천 부사 및 승인 등 새로운 인물들과 교유 관계를 형성하여 대화 상대를 찾기 힘든 유배지에서 지적 욕구를 해소하고, 선천부 주변의 승경들을 유람하며 한인(閑人)의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다. 한편으로는 도성의 가족 친지들과 가서를 왕래하며 이전의 일상과 지속적으로 접속하고 소통하였다. 선천(宣川)이 의주대로 상에 위치하는 지리적 특성상 빈번하게 왕래하는 관의 파발 편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가서는 안부, 행실, 학문, 경조사 및 가사(家事) 등에 대한 주제에 집중되었다. 특히 부친과 외삼촌은 신진 관료인 그에게 유배 생활이 시련의 기간임을 강조하며 행실을 닦고 학문을 연마하여 성장의 기회로 삼기를 당부하고 있다. 박태보의 유배 생활은 유배지에서의 단절되고 고립된 일상뿐만 아니라 이전의 일상과의 자유로운 소통의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조선시대 유배인의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측면이 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