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병자호란에서 포로가 되었다가 몸값을 치르고 귀환한 여성들이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시댁으로부터 버림받는 과정을 장선징의 아내 윤씨와 최계창의 아내 권씨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혼인과 가족이라는 제도에서 공식적으로 배제된 그녀들이 기록에서도 그 존재가 아예 사라지는 상황을 묘도문자와 실록 기사를 중심으로 검토했다. 가문에서 내쫓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장의 묘도문자에 그 존재를 명확하게 밝힌 이경석 같은 인물도 있었다. 하지만 후대로 갈수록 시댁에서는 점차 그 흔적을 지워나갔고, 친정아버지의 묘도문자에서 겨우 그 자취를 찾을 수 있었다. 남편과 아들의 기록에서 절개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문을 지키기 위하여 그녀들을 배제했으나, 그 후과로 가문의 후계자들이 피해를 입는 역설적인 상황도 있었다. 아울러 두 사람을 둘러싼 논쟁 과정을 살펴본 결과, 전쟁을 체험한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가 전쟁의 상흔을 다루는 방식이 달랐고, 우리 안에서의 일과 바깥에서의 일을 달리 취급하는 편향이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