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국어의 선어말어미 ‘-더-’의 기능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지만 여전히 누구나동의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선행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 하나로는 이른바 비동일 주어 제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비동일 주어 제약이란, 평서문에서 ‘-더-’가 1인칭 주어와 같이 나타날 수 없다는 제약이다. 기존의 거의 모든 연구들은 ‘-더-’가 출현하는 문장들을 검토하여 ‘-더-’의 기능을 설명하는 한편, 주어가 1인칭인 경우 ‘-더-’가 출현하지 못하는 문장들에 대해서도 설명하려 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러한 제약 현상이 ‘-더-’ 사용 규칙에 의한 필연적이고 체계적인 제약이 아니라고 한다면 문제는 훨씬 간단한 것이 될 수 있다. 또한 비동일 주어 제약과 관련된 문제로, 관형절의 경우에는 ‘-더-’ 출현이 비동일 주어 제약을 따르지 않은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평서문에서는 ‘-더-’가 1인칭 주어와 공기하지 못하는데, 관형절 내에서는 1인칭 주어와 ‘-더-’가 공기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를 설명해야 하는 것 또한 큰 부담이었다.
필자는 ‘-더-’의 기능을 역사적 관점에서 검토하면서 현대국어 ‘-더-’의 기능을 기술하는 데에서 부딪히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였다. 15세기 한글 자료에서 ‘-더-’는 관형절이거나 비관형절이거나 상관없이 비동일 주어 제약을 받지 않는 형태소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16세기 이후에 ‘-더-’가 1인칭 주어와의 공기에 제약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인칭법의 선어말어미 ‘-오/우-’의 소멸에 따른 결과일 뿐 ‘-더-’의 기능과는 무관한 것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인칭법이 관형절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칙이기 때문에 현대국어의 관형절에서 비동일 주어 제약을 지키지 않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임도 알 수 있다. 현대국어의 평서문에서 나타나는 비동일 주어 제약이란 결국 16세기 이후 인칭법의 선어말 어미 ‘-오/우-’와 ‘-더-’가 통합된 ‘-다-’가 소멸된 이후, 동일 환경에서 ‘-더-’ 사용이 다시 회복 되지 않으면서 생긴 ‘우연한 공백’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