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해외에서 유입된 또는 남방 등 지역의 본초를 전문적으로 다룬 李珣(907-965)의 『海藥本草』가 중국 본초학사 상 가지는 특징과 의의를 논하였다.
먼저 『해약본초』는 ‘지역’ 본초서로서의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먼저 서술 방식의 측면에서 이전 소위 전통적 본초서에서 보이는 특징과는 달리 본초의 원산지를 가장 먼저 언급하며 본초의 원산지를 명확히 밝히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리고 관련 정보를 소개하면서 다양한 참고문헌을 인용하였는데, 그 인용된 문헌이 대부분 남방의 지리지, 박물지 등이었다. 이러한 점들은 모두 『해약본초』의 지역 본초서로서의 특징을 보여준다.
또한 『해약본초』에 수록된 약 10종의 본초는 그 이전 본초서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며, 이외 6종의 본초 역시 8세기 진장기의 『본초습유』에도 언급된 것이지만 이후 『증류본초』에 수록될 때 『해약본초』를 원출처로 하여 수록된다. 아울러 이를 포함한 총 19종이 『본초강목』에 수록될 때 역시 『해약본초』를 원출처로 하여 수록된다. 분명 『해약본초』는 지역의 새로운 본초에 대한 소개와 그것이 이후 전국 범위의 권위 있는 본초서에 수록되어 전승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외에 기존의 널리 알려진 해약에 대해 산지와 성질 및 효능 부분에서 『해약본초』는 다양한 참고문헌을 인용하여 관련 지식을 보충하였고, 이러한 보충된 지식에는 본초와 관련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일화도 포함된다. 또 이렇게 보충된 지식은 거의 빠짐없이 『증류본초』나 『본초강목』으로 수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 또는 남방의 본초 지식의 축적과 전승에서 『해약본초』가 가지는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해약본초』는 ‘지역’의 지식을 다루기에 기존 전통 본초서와는 다른 특징을 나타내며, 산발적으로 전해지는 다양한 지방 문헌 기록을 수집하여 본초학 지식으로 체계화했다. 또한 그 결과물은 이후 북송 시기 전국 규모의 본초서인 『증류본초』에 수록되고, 또 중국 본초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명 이시진 『본초강목』에 수록된다. 이를 통해 오대 시기 남방 출신 저자의 지역 본초서가 이후 ‘제국’ 본초학의 형성에 미친 영향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