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에 대해서는 그동안 역사학계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본 고는 동아시아 패권전쟁의 시각에서 청일전쟁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다만 국력의 격차를 전쟁원인으로 간주하는 일반적인 패권전쟁 이론보다는, 강대국 간의 경쟁에서 중간국가의 역할이 전쟁의 도화선이 되어왔다는 관찰에 주목하였다. 이같은 시각에 따라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과 청국 간에 세력경쟁이 진행되어 가는 가운데, 조선의 정치세력이 어떠한 정세 인식 하에 대외정책적 선택을 하였는가를 살펴본다. 그 결과 청국과 일본 간의 세력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조선 내 정치세력 간에 친일적 개화파와 친청적 개화파 등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등의 정변을 일으킨 것이 양대 지역강국 간에 조선에 대한 개입을 초래하였고, 결국은 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윤치호 일기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조선의 정치와 미래에 대한 절망과 자포자기적 인식이 결국은 주권 상실의 길로 연결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