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신간회 경서지회 설립을 통해서 식민지 사회운동이 도시공간의 지역적 이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해명하고자 한다. 이는 식민지 체제에 대한 전면 부정과 인정이라는 두 개의 이항 대립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자, 신간회의 지회 활동이 어떻게 지역적 이해관계와 상호작용하는지 분석하려는 것이다. 경서지회의 관할 구역인 구용산부터 서강 사이의 공간은 경성의 도심이나 일본인 거주지와 구별되는 독립된 생활권으로, 사회적·경제적 격차와 민족적 차별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경서지회는 구용산-서강 지역의 동리 기반 청년회를 기반으로 설립되었으며, ‘사회 기반 시설’의 차별적 배치와 관련된 식민지 민중들의 ‘당면이익’ 투쟁에 개입하였다. 식민지 당국이 무시하거나 무관심한 것들을 사회적 의제로 부각해서 쟁점화하는 방식으로 식민지의 모순을 드러냈다. 이처럼 신간회 경서지회는 계급적·민족적 모순들이 만든 식민지 민중의 일상 공간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지역정치의 주체로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