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무성영화 〈괴인의 정체〉를 신문 기사와 비평, 그리고 스틸 사진 등을 통해 재구성하고, 1920년대 중반 식민지 조선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그 영화사적 위치를 검토한다. ‘기사탐정극’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알려진 〈괴인의 정체〉는 각종 교통수단을 등장시켜 관객에게 서양 탐정활극이나 모험활극과 같은 쾌감을 제공하는 영화로 기획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괴인의 정체〉에서 신문기자가 범죄의 진실을 추적하는 탐정 역할을 하는 것에 주목하고, 이를 식민권력의 문화적 억압과 조선어 민간 언론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진 1920년대 조선 사회의 변화 속에서 살펴본다. 또한 사건의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탐사 취재 중 활약하는 여성 인물을 서양 연속영화 속 ‘시리얼 퀸(serial queen)’의 시각적 영향과 ‘신여성’의 재현이라는 두 측면에서 접근한다. 이를 통해, 이 논문은 〈괴인의 정체〉의 도전적인 시도가 1920년대 조선 사회의 문화적 시공간과 접속한 양상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