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이후 예수회 선교사들은 주로 라틴어로 기록된 서양고전과 그리스 도교 문헌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통해 동서문헌교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서, 프톨레마이오스 등의 과학서, 토마스 아퀴나스 등의 중세 신학서는 물론, 성경 주해서와 기도서 등이 번역되었다. 이 연구는 16-18세기 문헌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한 동서문명교류의 전파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매우 중요하고 상징적인 자료를 소개하고, 그 중요성을 제시하고자 진행되었다. 그 자료는 스페인 출신 예수회 사제인 제로니모 나달(Jerónimo Nadal, 1507-1580)에 의해 저술된 《복음서 도해집》(Evangelicae Historiae Imagines)과 《복음서 주해와 묵상》(Adnotationes et Meditaiones in Evangelia)이다.
나달의 도해집에 대한 연구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나달의 생애, 특히 예수회에서의 활동 상황과 《복음서 도해집》이 출간되기까지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았다. 둘째, 나달에 의해 출판된 두 권의 도해집의 제작과 출판 과정을 추적했다. 셋째, 《복음서 도해집》과 《복음서 주해와 묵상》의 구조와 특징을 비교해서 살펴보고, 두 권의 도해의 순서와 내용을 표로 제시하였다.
결과적으로 나달의 《복음서 도해집》은 16세기 유럽의 종교적 사상과 영성을 집약하고 있는 성경 도해와 해설서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17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한 동아시아 선교의 중요한 학문적 결과물이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후 연구는 나달의 라틴어 《복음서 도해집》 전체에 대한 번역 작업과 함께, 알레니의 중국어 《천주강생출상경해》의 번역 작업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후 중국어본의 54편의 도해를 라틴어 원문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서 명청대 초기 라틴어에서 중국어로의 번역 기법과 용어의 성립 과정을 고증하는 기초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 기초 자료는 명청대 서학서 번역을 위한 〈라틴어-중국어 어휘 사전〉 연구의 토대가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