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관계가 출산만으로 결정되는 것과 달리, 부자관계의 설정과 그 해소에는 복잡한 규율이 필요하다. 민법 규정은 1960년 제정 이래로 그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고, 이는 1896년 일본민법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므로 사실상 120여 년간 그 모습이 크게 변하지 아니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그 사이 독일, 프랑스, 미국 등의 법제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고, 최근 일본도 상당한 수준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혈연관계의 존부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되면서 현행법의 부자관계의 설정과 그 해소에 관한 규율에 대하여 실무상 상당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모로 근본적인 개정을 검토하여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개정과 관련하여서는 한편으로는 친생부인의 소의 제소기간이 너무 짧다는 실무적 감각이,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역사적 발전과정이 보여온 몇몇 공통적 경향, 특히 친생추정을 단순화하고, 친생부인의 원고적격을 확대하며, 인지의 진실성을 확보하고, 인지무효도 친생부인에 준하여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며, 혼인중의 자(子)와 혼인외의 자(子)의 구별을 폐지하는 경향이 고려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