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제의를 통해 신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에서 발생하는 메시지이다. 무가(巫歌)의 형태로 전승되는 무속신화는 전승 맥락의 변화가 신화의 성격과 기능에 영향을 준다. 이는 시대적 상황맥락에 따라 신화의 형태와 메시지가 변화함을 의미한다. 제의가 연극의 기원으로 보는 관점에서 제의의 메시지인 신화는 곧 연극의 메시지인 드라마로 전환된다. 연극도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메시지 교환이라는 점에서 제의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제의에서 연극으로, 신화에서 드라마라는 관점에서 제주도 무속신화인 〈원천강본풀이〉를 고찰한다.
〈원천강본풀이〉의 서사에는 특별한 극적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신화는 드라마 장르인 연극과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되었다. 오래된 이야기인 신화가 현재의 관객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기 위해서는 시대적 상황맥락에 적합한 각색이 이루어져야한다. 수용층의 차이는 각색의 차이를 만든다. 애니메이션 〈오늘이〉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둠으로써 관객들이 극적 갈등을 이해하는데 보다 직접적이고 단순한 사건들로 각색하였다. 또한 등장 캐릭터들도 관객들이 이해하기 용이한 친근함, 동정심, 얄미움이 부각되는 성격으로 구축되었다. 권선징악, 이타적인 마음을 강조하면서 교육적인 효과도 반영하고 있다. 반면 연극 〈오늘이〉는 청소년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오늘날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문제들과 개인이 겪는 내적 갈등을 주요 모티브로 하면서, 캐릭터 간의 갈등으로 확장하였다. 애니메이션의 공간이 동화적, 신화적 상상력을 자극한다면, 연극은 현실공간과 신화공간의 분명한 구분을 통해 현재의 삶을 반성하는 기능을 하도록 하였다.
신화는 과학으로 풀지 못한 문제의 답을 줄 수 있다. 신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 삶의 근원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원천강본풀이〉 역시도 우리 시대의 상황맥락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형태로 되살아나 우리에게 새로운 답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