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의료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플랜트건설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의료 이용 제약과 관련된 여러 사회적 차원의 다양한 변수들을 확인하기 위해 그들이 속한 집단의 사회문화적 특성 및 질병행동을 파악하였다. 플랜트건설노동자들은 그들의 집단적 특성에 따라 증상과 질병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달리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노가다 골병’을 들 수 있다. ‘노가다 골병’은 증상은 있되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라면 누구나 겪는 병이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병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또 다른 사례로 건설 현장에서 ‘아픈 사람’을 대하는 시선의 문제가 있다. 플랜트건설 현장에선 아파서 다른 사람의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것이 여성처럼 연약한 것으로, 또한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의 상실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건설 작업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 상태를 가진 건설노동자는 결국 현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일반노동시장에서 밀려 비자발적으로 유입된 플랜트건설노동자로서 더 이상의 직업적 선택지가 없는 경우 이들은 의도적으로 질병을 감추거나 질병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건강함을 나타내 보여야 한다. 이렇듯 플랜트건설노동자들은 때때로 자신들이 경험하는 질병에 대한 사회적 재구성을 통해 본인들의 처지와 입장에서 증상과 질병을 이해하고 수용한다. 그 결과 의료적 관점에서 치료 대상으로 여겨지는 신체적 증상이라 하더라도 이들 집단 안에서는 질병 상태가 아닌 건강 상태로 인식할 수 있다. 자신의 몸이 건설 현장에 적합한 상태라는 것을 꾸준히 증명하기 위해 "아프기는 하지만 환자는 아닌"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