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인도네시아 북말루쿠 할마헤라의 자일롤로 왕실(Kesultanan Jailololo)의 상징적 부활(2003년) 사례를 통하여 왕을 중심으로 한 관습 권력의 부활이 지방정치에 있어서 가지는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자일롤로는 16세기에 멸망했지만, 이웃한 터르나테(Ternate) 왕실의 술탄 무다파르 샤(Mudaffar Sjah)가 사라진 후손을 찾아내었다고 주장하며 왕실을 부활시켰다. 이는 무다파르 샤가 1999년에 신설된 북말루쿠의 최초 주지사 선거의 승리를 위해 과거 터르나테 술탄이 가졌던 대군주로의 권위를 내세워 할마헤라 지역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행보였다. 그는 자일롤로 왕실 부활을 통해 전설 속 말루쿠의 4개 센터 왕국의 균형 복구를 통한 지역 번영이라는 천년운동 사상에 바탕을 둔 레토릭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했다. 자일롤로의 왕실 부활 사례는 인도네시아에서 귀족이 지방정치의 또 다른 핵으로 등장했음을 알리는 사례이다. 그러나 왕실을 중심으로 한 관습적 권력의 부활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관습의 영역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로부터 관습 대표로 인정받기가 힘들다는 포괄성의 문제가 존재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