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상업의 구체적 현실을 실증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집단 구분보다는 실제 거래과정에서 개별 상인들의 관계구도를 밝힐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목재라는 상품군을 일차적 분석대상으로 삼아 관련 유통업자들의 관계망 복원에 목표를 두었다. 기존 연구에서는 시전, 공인 등의 상인집단별 구분 속에서 분석하여 경계를 넘나드는 ‘관계’가 충분히 밝혀지지 못했다. 반면, 이 글에서는 건축용·선박용·장례용·연료용 목재를 포괄하여 관련 상인들 상호간에 얽히고설킨 분쟁 사례들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국용 목재 조달을 맡았던 조직만 18개 이상이었는데, 그들과 정부의 관계, 그들 상호간의 관계, 그들과 지역상인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다음의 특징들을 파악하였다. 첫째, 조달 규모 때문에 국가의 조달업자가 되려는 자발성이 약하고 조직의 해산도 잦은 편이었으나 큰 기대이익으로 꾸준한 응모가 있었다. 둘째, 분쟁 양상은 단선적이기보다는 복합적·중첩적이었으며, 대형 목재 분야에서는 상인간 상호분쟁보다는 정부를 향한 호소가 더 두드러졌다. 셋째, 정부가 허가한 유통권한에 대한 의존도가 유독 높았던 물종이었으므로 사적 거래도 국용 물자의 조달 과정에서 함께 이루어졌다. 이러한 특징들은 목재 상품군의 특수성과 관련이 있다. 이 사례 연구를 통해, 제도사적 접근에서 간과될 수 있는 조선의 상업 현실과 각 상품군 속 다각적인 관계를 복원할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