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팬데믹, 기후 위기, 경제 위기, 난민 위기 등 지구적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시민주의를 필요로 하지만, 오늘날 세계시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대중적 지지를 잃고 동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우익 포퓰리즘과 보호민족주의 정치가 새로이 얻고 있는 헤게모니는 세계시민주의를 추구하는 논의들이 공감받지 못하는 원인을 진단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냉전 해체와 세계화를 토대로 1990년대 이래 제기된 세계시민주의의 흐름들은 경계 없는 세계가 가능할 것으로 낙관했지만, 오늘날의 세계는 그러한 전망을 실현하는 데 실패하였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본 연구는 경제적 세계화와 세계시민적 민주주의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들불처럼 번진 세계시민주의의 논의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세계시민주의의 자기반성을 촉구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여전히 제기되는 세계시민주의의 요청을 어떻게 현재화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