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미국, EU 및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의 주요 우방국들은 러시아에 대하여 경제제재를 시작하였고, 곧이어 러시아 정부 또한 이에 대하여 그러한 경제제재에 참여하는 주체들에 대한 여러 건의 대응 제재 조치를 실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러시아와 서방측의 위와 같은 긴장관계는 우리나라와 같이 미국과 러시아 모두를 주요 무역 파트너로 두고 있는 국가에도 상당한 곤란을 안겨주고 있다.
이 논문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러시아법이 준거법인 계약관계에서 계약상 채무 이행에 위기 상황이 초래된 경우 채무자는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즉, 경제제재 조치 등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채무자는 과연 이런 위기 상황을 이유로 해당 채무를 면제받거나, 불이행 혹은 불완전이행에 대한 계약위반 책임을 면제받거나, 계약을 수정시키거나 해제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와 많은 교류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연방 민법, 그 중에서도 채권법에 대한 선행 연구는 많지 않은데, 이 연구논문을 통해 러시아 민법의 개략적인 체계와 특징에 대하여 살펴보고, 러시아 채권법상 위기상황에 대한 관련 규정인 불가항력, 이행불능, 및 사정변경 관련 규정 및 그에 대한 학설 및 판례를 파악해보도록 하겠다. 특히 불가항력의 적용요건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또 이행불능에 대한 제416조와 제417조 법문상의 문제점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이에 더해서 최근 러시아를 둘러싼 경제제재에 관한 쟁점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대러 경제제재 및 러시아 정부의 대응제재 조치로 인한 채무 이행 곤란 상황에 대한 러시아 법원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러한 상황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최신 조치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