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합천 해인사에 소장되어 있는 『진본 화엄경』 45권 21장인 소위 ‘수창판’의 특징과 그 계승을 분석한 논문이다. 해인사에는 1098년 수창 4년에 제작된 경판이 남아 있다. 수창판은 장석을 사용하지 않았고, 권말에 음운이 있으며, 경판의 바닥면 판각이 거칠며, 함차가 기재되어 있었다. 이러한 특징을 기초로, 현재 해인사에 남아 있는 사간판 중복판 『진본 화엄경』 35판을 분석한 결과, 35판 가운데 2판이 수창판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26판도 수창판일 가능성이 높았다. 한편 현재 국보로 지정된 해인사 소장 3본 화엄경은 각수의 분석, 경판의 형태, 그리고 사간판 배면에 남아 있는 고려대장경판의 존재를 통해 고려대장경판 『진본 화엄경』과 『주본 화엄경』이 판각되기 최소 5년 전에 판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논문은 수창판, 사간판 『진본 화엄경』, 고려대장경판 『진본 화엄경』을 비교하여 매우 중요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간판 『진본 화엄경』은 수창판의 복각한 것이고 고려대장경판 『진본 화엄경』은 사간판의 복각본이었다. 이는 해인사에서 수창판을 판각한 이래 이 인경본이 고려에서 널리 유행한 결과로 이해된다. 화엄사찰인 해인사는 11세기말부터 화엄경 주요한 화엄경 판각처였고 이것이 고려대장경판이 제작된 13세기까지 이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