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은 제959조의20에서, 임의후견과 법정후견간에는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임의후견이 우선하며,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법정후견 심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현행 후견제도의 이념인 ‘자기결정권의 존중’이라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최근 법정후견 개시 사건의 심리가 진행 중에 후견계약을 체결·등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모두 임의후견계약을 부정하고 한정후견심판을 하였다. 이 사건들은 모두 가족 간의 분쟁이 배경인데, 법원의 결정 내용을 보면 본인의 보호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심리와 적절한 법정후견인 선임을 방해한다는 점, 장차 상속재산을 둘러싼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큰 점 등을 이유로 한정후견이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결정은 민법 제959조의20의 해석과 관련하여 적절하지 않은 점이 있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점을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의 정합성, 영국과 일본의 판례에 대한 비교법적 연구를 통해 검토해 보았다.
영국에서 우리나라의 임의후견제도와 유사한 제도는 영속적 대리제도인데, 가족 간의 재산 다툼을 이유로는 이 영속적 대리권을 부정할만한 사유로 인정한 예가 없고, 이러한 배경에는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고 하는 기본원칙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와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가족 간의 분쟁을 보충성의 원칙을 부정할만한 독립된 사유로는 보지 않고 있고, 다만 다른 사유에 대해 보충적으로 고려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임의후견제도를 이용하여 장래 자신의 재산관리를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맡기려는 사람은, 보통 재산관리에 대한 가족 간 분쟁에 대한 회피도 염두에 둔다. 만약 가족들의 재산 분쟁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임의후견을 부정하고 한정후견을 우선시한다면 실제로 자녀들이 상속할만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노인에게는 임의후견이 이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법원은 가족들의 다툼을 근거로 법정후견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되고, 보충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피후견인 본인의 이익 측면에 중점을 두는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