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몸은 전근대 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몸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아름다움’의 표준이나 기준도 바뀌었다. 미란 독립적인 무엇이 아니라 그 사회의 관념과 문화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개념이다. ‘건강미’는 여러 ‘시각적인 미’와는 다르게 포괄적이며 복합적인 개념으로 사용했다. 건강미란 전시체제기에 강조했던 새로운 미의식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줄곧 사용한 사회·문화적 개념이었고, 시대 정신을 새겨넣은 어떤 기호이기도 했다.
건강미가 시각화하는 방식을 해명하기 위해 의약품 광고와 화장품 광고가 펼치는 경합과 교호 관계를 살폈다. 미디어 이미지는 문자로 표현하지 못하는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판단에서 될 수 있으면 많은 광고를 실으려 했다. 이글을 통해서 의약품 광고와 화장품 광고는 서로 강조하는 것이 조금 달랐을 뿐, 둘 다 건강과 미를 상품화하는 경쟁적 협업 관계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차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시체제기에 제약 상업주의는 식민정책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렸지만, 화장품 광고에서는 때때로 일정한 균열이 있었다.
이 논문은 평상시와 전시를 확연히 구별하는 것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전쟁은 그때 표현대로 ‘비상시’임에는 틀림없지만, 과거의 일상 위에 새 틀을 짜거나어떤 것을 변형했을 따름이다. 건강미에 대한 개념사적 접근을 통해 그 사실을드러내었다. 전시체제 이전에 건강미란 “얼굴에 화장해서 건강하게 보이는 것” 또는 “얼굴과 조화되고 잘 발달한 체격”을 뜻했다. 전시체제가 되면 건강미란‘국가를 위한 신체’의 아름다움을 뜻했다. 그동안 써오던 건강미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새겨넣고 그 내용을 변형시켰다. 화장품 광고에서 사용했던 건강화장과 애국화장이라는 용어가 그 내용을 잘 보여준다.
근대 광고는 신체를 자본으로, 미를 권력으로 시각화했다. 시각 중심사회에서 건강한 신체는 삶의 조건이라기보다는 과시의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논문은 ‘건강미’를 다루기는 했지만, 미학 문제보다는 신체의 시각화와 재현문제에 집중했다. ‘건강지식’의 유통과 소비뿐만 아니라, 특별하게는 의료와 소비문화의 결합을 이해할 수 있는 주제로서 건강미에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