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열차(Orphan Train)’ 운동은 뉴욕 등 동부지역 대도시의 가난하고 집 없는 아이들을 미국 전역의 농촌으로 이주시킨 일종의 빈민 구제 프로그램으로 1854년과 1929년 사이에 총 20만 명가량의 빈곤 아동이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한 것으로 추산된다. 즉 고아나 버려진 어린이들이 뉴욕시 등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인구밀도가 낮은 미국의 다른 농촌 지역으로 대량 이주했는데 이동이 주로 열차를 통해 이루어졌으므로 후에 고아열차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사회개혁가이자 개신교 목사인 브레이스(Charles Loring Brace, 1826-1890)는 1853년 뉴욕시에 아동구호협회를 설립했으며, 도시환경에서 버림받은 어린이들을 농촌의 기독교 가정에 보내는 것이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농촌 생활에 대한 낭만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기술을 배우고 노동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농촌 지역으로 보낼 대담한 계획을 시도하였다. 이는 1854년 최초의 고아열차 운행으로 이어졌으며 아동구호협회의 고아열차 프로그램은 널리 모방되었다. 보스턴과 시카고의 수녀회(Sisters of Charity)는 4만 명의 어린이를 미국 농촌 지역 가톨릭 공동체에 보냈으며, 또한 영국,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본고는 미국의 저명한 삽화가 로크웰(Norman Rockwell, 1894-1978)이 1951년 고아열차를 소재로 삼아 제작한 유화를 지렛대 삼아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고아열차의 출현과 전개를 학술적으로 조명한 글이다. 이 고아들은 누구이며 왜 등장했고 고아열차는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한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빈곤 아동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당대 미국의 미술가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본고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시론적 탐구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그간 학계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아동복지의 역사와 미술사학의 접점을 탐색하고 학제적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 본고의 일차적 목적이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혹은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던 아동의 역사는 늘 주류가 아닌 변방의 역사였다. 이제는 아동의 관점에서 이들의 삶과 목소리를 재구성하고 재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아동사와 아동복지학 그리고 미술사학 간의 학제적 협력과 고민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