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한국의 민주화와 조선의 유교화를 과거사 청산을 중심으로 비교하는 것이다. 비교 연구는 두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시론(試論)적으로 수행된다. 먼저 과거사 청산이 정치체제의 거대한 변환, 곧 한국의 민주화 및 조선의 유교화와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양자의 공통점으로 논한다. 곧두 나라에서 민주화/유교화 운동은 중요한 국면에서 과거사 청산 운동을 수반했고, 또 민주화/유교화가 완료된 이후에 과거사 청산이 본격적이고 포괄적으로 추진·단행되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고 통치자를 민주적 선거를통해 교체하는 것을 중요한 특징으로 하는 민주공화국과는 달리 ‘선왕의 뜻을 잘이어가고 일을 잘 풀어간다’는 계지술사(繼志述事)가 헌정적 원칙으로 작용하는유교적 세습 군주국의 특성상 조선의 경우에는 ‘선왕의 본뜻[本意]’이라는 개념이과거사 청산의 정당화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를 주요한 차이점으로 지목하고 상세하게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