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론가들이나 안보전문가들은 한 국가가 공격보다는 방어가 우세하다는 인식을 갖고 방어용 무기를 증강하는 것은 상대 국가의 안보를 악화시키는 안보딜레마를 조성하지 않고 오히려 안보를 증진시킨다고 생각해 왔다. 미국은 이러한 인식을 갖고 외부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 MD체계를 개발하여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MD체계에 대해서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그 이유들에는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다. 유사점은 미국의 MD체계가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그들의 안보이익을 저해하며 안보딜레마를 조성한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또한 러중 양국은 이란, 북한 등 핵미사일 위협에 당면한 지역 국가들의 안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차이점은 러시아는 동유럽에 배치되는 미국의 MD의 요격미사일의 위협을 중시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탄두탄도미사일 등 공격용 미사일을 증강 혹은 질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지구적 차원의 군비경쟁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면서,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에서 지역적으로 우세한 중단거리 미사일의 전략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MD체계의 한 부분인 THAAD체계의X-band 레이더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MD 배치를 수용한 한국에 대해서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행사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과 러시아 간에는 전지구적 안보딜레마와 군비경쟁을 해소할 수 있는 핵군축과 중거리미사일폐기조약 등의 핵군축레짐과 경험이 존재하고 있어, 미-러관계가 개선되면 언제든지 MD논쟁을 군비통제 방향에서 해결할 수 있다. 반면에 미국과 중국 간에는 동아태 지역에서 중단거리 미사일 및 MD 문제를 군비통제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양국간 군축레짐과 경험이 없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 압박을 행사했고 일단 이 문제는 임시적으로 봉합되었다. 그러나 중국이 제기한 MD문제는 중국이 미국과 직접대화를 통해 상호 투명성 증진, 신뢰구축, 군축 등 군비통제방향으로 나아가야 근본적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