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청 중기를 대표하는 문인인 옹방강(翁方綱)의 시문집을 통해 청대 회화 비평의 인식론적 기준과 비평의 실제를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옹방강은 경학과 문학뿐 아니라 회화에 관해서도 방대한 정보와 경험을 갖추었고, 이를 바탕으로 동기창의 남북종론이 직업화가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비판의 흐름에 동참하였다. 그는 회화 비평에서 문인화의 조건으로 화가의 직업과 계층을 배격하고 오직 문기(文氣)[혹은 신운(神韻)]와 서예 필획의 차용을 엄격히 적용했다. 나아가 그는 사왕 중 왕휘를 남종화와 북종화를 종합한 인물로 칭송하여 ‘남종문인화를 계승한 사왕’이라는 개념에도 균열을 내었고, 사왕에 의해 비판받은 금릉의 화가들, 지두화가, 양주팔괴를 격려하고 높이 평가하였다. 옹방강은 당시 화단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문인화관을 주변의 많은 화가와 감상·수장가들에게 피력함으로써, 동시대 문화를 반성하고 이끌어가는 지식인의 소임을 실천하는 비평가의 의미심장한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