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말기 식민지 조선에서 이동극단 활동은 국가가 주도하는 문화의 접촉면을 넓히려는 국가 권력의 문화 기획과 ‘직역봉공(職域奉公)’의 이념을 실제적인 차원에서 구체화해야 해야 하는 공연 주체의 자기 전시를 매개하는 캠페인이었다. 식민 당국은 관변 단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공연 주체들을 선전 주체이자 취체 대상이라는 이중적인 위치에 구속하면서, 중앙에서 지방으로 문화를 확산시키는 방식의 이동극단 운영을 구상하였다. 그러나 그 일방향성과 관객 집단에 대한 무지, 체계적인 운영의 결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철저한 통제의 불가능성 등으로 인하여 이동극단의 문화적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