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20년대 일본과 1980년대 중반 한국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수용과정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특정한 사상체계를 교조적으로 수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당시 일본과 한국은 시대적 격차가 매우 크고, 마르크스주의의 수용 조건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으나, 특정한 사상체계의 교조적 수용이라는 차원에서는 상당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 사례이다. 마르크스주의가 수용되던 당시 일본과 한국은 각각 국체
사상과 반북·반공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공권력의 억압과 탄압의 강도가 매우 높았고, 자본주의의 발전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이론과 실천의 수준은 낮은 편이었다. 또한 코민테른이라는 국제적 권위(일본),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외부의 제도 및 권위(한국)에 대한 대외의존성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수용 조건의 유사성으로 인해 1920년대 일본과 1980년대 중반 한국에 수용된 마르크스주의에는 강한 교조적 편향이 나타났다. 본 논문에서는 이를 해당 국가와 사회의 특수성을 부정하는 보편성으로의 편향, 현실적 실천과 유리된 이론주의적 편향, 주체성을 상실한 외부 권위에의 맹종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러한 교조적 수용은 마르크스주의의 생명력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고, 발전적 수용의 계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는 비단 마르크스주의의 수용 과정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해당 국가와 사회의 현실적 조건과 유리된 보편주의와 이론주의, 그리고 외부의 제도 및 사상에 대한 맹목적 의존이 낳을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