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界觀念'이란 고구려 국가나 지배층 자신의 입장에서 이 세상을 어떠한 범주까지 인지했으며, 또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당시 '세계'를 무대로 어떻게 인식했느냐 하는 관념을 뜻한다. 고조선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 '조선'이라는 중심을 두고 세력권 내지 영향권 안에 있는 여러 小國들을 복속시킨 지배구조를 오랜 기간 동안 견지하고 있었다. 이는 곧 단군신화에도 보이듯이 지상 아래 온 세상이 고조선을 중심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했다. 부여는 예맥족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東夷世界에서 예맥족의 세력범위 전체를 자신의 '天下'로 간주했다.
고조선과 부여의 영향을 일정하게 받았던 고구려는 초기에는 가장 선진적인 세력이었던 중국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며 스스로의 독자적인 공간을 구축하려는 의식이 존재한 듯하다. 이윽고 고구려는 부여정벌로 예맥세계의 맹주 위치로 부상해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런 당시 고구려의 자신감이 서기 3세기 『三國志』 부여전에 인용된 '위략'의 '天子' 표현으로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고구려 초기 '南部' 표현 이래 고구려는 일정한 방위관념을 지배구조에 접목시켰음을 알 수 있다. 이후 태조왕-증천왕 시기에 걸쳐 동, 남, 서해의 경계의식이 정립되어 당시 國都를 중심으로 四方의식이 성립되고, 고국천왕대에 이르러 기내제도의 출현으로 천하의식이 한층 정비되었다.
5세기 당시 고구려의 세계관념에 해당되는 개념들은 모두 '지상의 모든 공간'을 뜻한다. '東夷'의 경우는 고구려에 유교가 본격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도입된 4세기 중후반 이후 중국에서 말하는 '화이관'과 비슷한 형태의 관념이 고구려 천하관의 확립과 맞물려 정착되었던 것의 산물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특히 당시 고구려는 많은 교류가 있었던 부견의 '육합' 개념을 표현상으로 도입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