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한국·일본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근대 이전에는 보편문어로서 한문을 통용하였다. 이 보편문어의 질서가 근대세계로 진입하면서 해체되고 각 민족국가 단위의 어문으로 재편되었다. 이것이 민족어문, 즉 근대어문이다. 이런 과정을 동아시아적 차원에서 논한 학술회의에서 본고는 기조발제로 한 것이다. 본고는 근대어문의 실현 경로를 소설이라는 문학적 글쓰기의 형식을 통해서 검토한 바 한국을 주 대상으로 잡고 중국과 대비해서 논하였다. 근대 이전의 한국소설의 존재형태는 명청소설과 어떤 공통점 및 차이점이 있는가를 살핀 다음, 한·중 양국에서 각기 근대소설 성립기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염상섭의 「만세전」과 魯迅의 「阿Q正傳」을 대비하는 논의를 전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