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탈냉전 이후 변화의 현상과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대안적 비판이론을 구상하고 그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와 주체사상이 기여할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지구화로 함축되는 현재의 세계자본주의는 인류의 기존 생활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보이게 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현상은 축적위기에 몰린 자본의 대응이라는 본질을 갖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가능케 한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에 기존의 축적구조, 즉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질곡으로 작용하는 역사적 이행기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대안적 비판담론은 변화의 현상과 본질에 근거하여 구상되어야 한다. 대안적 비판이론은 자본주의의 본질적이고 내재적인 모순의 극복을 지향하는 변혁의 관점에 기초하면서도 현상적 차원에서의 변화에 대응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 대응방안을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사회구성체론 재론의 형태로 제기되고 있는 몇 가지 대안적 비판이론들은 총체적 목표 설정과 현상적 변화에 조응하는 구체적 전략전술이나 조직방식 등에서 일면적 편향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이행 중에 있는 특정한 역사적 경제사회구성체로 보는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에 입각해야 한다. 또한 본질과 현상, 구조와 주체, 과학과 실천의 변증법적 종합을 시도한 마르크스 사상이론적 자원은 대안적 비판이론의 구성에서 불가결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한국사회에 수용되었던 소련의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 가장 강력한 구조중심적이고 생산력주의적인 것이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대안적 비판이론들이 과거의 한국사회성격론을 비판하는 것은 이것과 무관치 않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계승성과 독창성을 주장하는 주체사상은 구조중심적이고 생산력주의적 마르크스주의 이론들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로서 의의를 가질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독창성과 계승성을 주장하는 주체사상의 의의와 문제점에 관한 정치사상적 검토는 원래의 마르크스의 사상이론적 문제의식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계기로 될 수 있다. 대안적 비판이론 구상에서 주체사상을 재론하는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