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인 관점에서 정치현상이나 통치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공동체를 좀 더 도덕적이게 하는 데 있다. 불교도들은 도덕세계의 수호자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통치자를 전륜성왕이라고 하였다. 전륜성왕이라는 용어에는 이상적인 통치자질의 전형이 내포되어 있는 개념이고,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소유한 우주적 군주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륜성왕이라는 개념은 비록 고대 인도인들이 생각한 신화적인 내용들에서 출발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들도 좋은 통치를 원했고 좋은 통치를 위해서는 아무나 통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용어는 불교에 수용되면서 그 상징적 외피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 함의는 확장되고, 내용에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불교에 수용된 전륜성왕의 개념은 강력한 왕권의 남용을 억제하고, 권력을 자비실천의 도구로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환은 사회계약론적으로 보는 불교의 근본적인 통치자관을 상황의 변화 속에서도 내용적으로 지속시키려는 초기 불교도들의 정치적 소망과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쇼카왕의 출현은 이러한 경향에 결정적 자신감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여 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전륜성왕 사상은 불교의 전파와 함께 중국과 한반도로 전래되었고, 중국의 여러 왕조의 통치자들과 삼국의 통치자들에게 전륜성왕은 매력 있는 혹은 자신이 그렇게 되고 싶은 황제의 상으로 받아들여졌고, 구체적인 모델은 아쇼카 대왕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더 깊은 관심은 전륜성왕의 통치 내용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서 왕실의 권위를 높이고 왕권을 강화하는 데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