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정규직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의 2005년도 산업재해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위 공장의 2005년도 업무상 사고로 인한 재해율을 추정한 결과 정규직은 1.49, 사내하청은 0.66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사내하청이 정규직보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통상적인 인식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결과이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관련 제도들이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노동시장 및 고용형태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제조업 부문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포괄하지 못하는 일종의 '지체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체 현상'이 나타나는 동안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산업안전보건은 일종의 '사각지대'로 존재하게 된다. 그 결과 산업안전보건 영역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업무강도가 정규직에 비해서 높아지고, 정규직이 꺼리는 업무들을 대신하게 되면서 "사내하청이 더럽고 힘든 일을 한다"는 통념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장 내 위험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전가되면서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재해율이 낮게 나타나는 이유는 첫째, 작업장 내에서 원-하청 간에 존재하는 권력관계를 통한 위험의 전이가 이루어지면서도, 둘째, 사내하청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산재 삼진아웃'으로 인한 사내하청업체 퇴출을 막기 위해 사고 발생시 산재처리보다는 공상을 선호하게 되고, 셋째,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산재처리보다는 공상처리가 경제적으로 훨씬 합리적인 선택임과 동시에 산재처리로 예상되는 불이익을 굳이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산업안전보건 교육과 노동조합 역량의 차이로 인해 정규직의 경우 산업안전보건 제도를 상대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반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